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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夏卽事(초하즉사)첫여름 풍경

             蒺藜花發松花落 (질려화발송화락)

                                      남가새 꽃이 피고 송홧가루 떨어지며

             潮减今年雨未慳 (조감금년우미간)

                                 조류 줄어든 올해에는 비가 흠뻑 내렸다.

             剡剡稻秧正可念 (염염도앙정가념)

                                          반들반들 볏모는 정말 사랑스럽고

             離離梅子齊堪攀 (이리매자제감반)

                                 주렁주렁 매실 열매 일제히 따도 좋겠다.

             出窠乳燕領襟好 (출과유연령금호)

                                 둥지 나온 제비 새끼 목과 깃털 어여쁘고

             登箔大蠶頭脚頑 (등박대잠두각완)

                          채반에 오른 큰 누에는 머리며 꼬리가 힘세다.

             橋上行人有詩意 (교상행인유시의)

                                         다리 위에 행인은 시심이 솟아나서

             捋鬚不去看靑山 (날수불거간청산)

                          수염 꼬며 자리 뜨지 못하고 청산을 바라본다.

구한말의 명사 영재(寧齋) 이건창(李建昌)1891년을 전후한 무렵 강화도에 잠깐 머물렀다. 송홧가루 날리는 철이 지나고 들에는 비가 제법 내렸다. 들에 나가보니 첫여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 한둘이 아니다. 모내기한 논에는 벼가 커가고, 매화나무에는 매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집에서는 어느새 제비 새끼가 자라 둥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채반에는 큰 누에들이 굼실거린다. 여름철에 접어들어 온갖 생명이 왕성하게 활동한다. 그 사랑스러운 풍경을 보고 누군들 시심이 일지 않을 수 있을까? 시인은 다리 위에서 걸음을 멈추고 자리를 뜨지 못한다. 청산을 바라보며 시상을 가다듬는 시인의 가슴에는 모처럼 만족스러운 행복함이 밀려든다.//안대회 성균관대교수·한문학/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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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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