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除夜)

시 두레 2017. 1. 28. 05:18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제야(除夜)

밤이 깊은데도 잠들을 잊은 듯이

집집이 부엌마다 기척이 멎지 않네

아마도 새날 맞이에 이 밤 새우나 부다.

 

아득히 그리워라 내 고향 그 모습이

새로 바른 등()에 참기름 불을 켜고 제상(祭床)에 제물을 두고 밤 새기를 기다리나.

 

벌써 돌아보랴 지나간 그 시절이

떡가래 썰으시며 어지신 할머님이

눈썹 센 전설을 풀어 이 밤 새우시더니.  할머니 가오시고 새해는 돌아오네

 

새로운 이 산천(山川)에 빛이 한결 찬란커라. 어떠한 고담(古談)을 캐며 이 밤들을 새우노?  

/이영도(1916~1976)

 

   '눈썹 센'다는 말에 감기는 눈썹을 붙잡던 그믐밤. '기척이 멎지 않'는 부엌에선 맛있는 냄새 진동하고 설빔은 또 어른대고. 엄동설한에도 설맞이 집안은 훈훈하니 정겨웠다. 모두 '떡가래 썰으시며' 가래떡 같은 '전설' 풀어주던 할머니며 할아버지들 후광이리.

   그렇게 이어온 제수는 가문의 긍지였다. 명절증후군 모르던 시절 얘기지만, 없는 살림에도 집집이 정성은 정갈하고 높았다. 제야의 거룩함에 추위마저 삼가는 듯했다. 한 살 더 먹는다고 몸가짐도 새삼 바로 했다. 옛 그림이 된 제야, 이제는 '어떠한 고담(古談)을 캐며' 새우시는가?//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기도의 말은  (0) 2017.01.30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0) 2017.01.29
광화문에서 길을 묻다  (0) 2017.01.27
잔설  (0) 2017.01.26
한야보(寒夜譜) 1  (0) 2017.01.24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