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돌아오시라 살아 돌아오시라
별마저 숨어 버린 동짓달 그믐밤에
돌담 밑 쪼그려 앉아 훌쩍이던 속적삼
서둘러 간 길모퉁이 흔적 없이 사라져도
눈감으면 더 생생히 흑백사진 그 시간 속,
어젯밤 음복한 별이 한낮에도 빛난다 /한희정
꿈에라도 '돌아오시라', 설 즈음이면 바쁜 중에도 가슴을 더 치받는 그리움이 있다. 차례에 여전히 극진한 것도 그런 그리움과 섬김의 예 때문일까.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짚게 하는 사진 속 눈빛과 아이들의 눈망울 때문일까.
쩡 얼음장 돋우는 섣달 추위 끝에 설이 오곤 했다. 눈이 희게 쌓여서인지 예전 설날은 더 상서로운 새날의 느낌이었다. 어른들께 세배 올리고 덕담 속에 조촐한 세찬 나누던 시절은 그 자체만으로도 훈훈했다. 이제는 어딜 가나 빳빳한 신권을 채워놔야 뒷목까지 서로 흐뭇하다.
그런데 저기 '돌담 밑'에 '쪼그려 앉아 훌쩍이던 속적삼'이 자꾸 눈에 밟힌다. '어젯밤 음복한 별이 한낮에도 빛'나면 괜찮다는 눈짓일까. 음복마저 미뤄지는 이들에게는 명절이 또 얼마나 아플지…. '그 시간 속'으로 깊이 숙여본다. 새 별이 곧 돋을지, 하늘을 다시 오래 올려본다.//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