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르릉 벌목(伐木)소리
끊어진 지 오래인데
굽은 가지 끝에
바람이 앉아 운다
구름장 벌어진 사이로
달이 반만 보이고
낮으로 뿌린 눈이
삼고 골로 내려 덮어
고목(古木)도 정정(亭亭)하여
뼈로 아림일러니
풍지에 바람이 새어
옷깃 자로 여민다.
/장응두(1913~1970)
'쩌르릉' 산도 우나 보다. 벌목 소리거나 폭설에 쓰러진 고목의 신음이거나 큰 짐승의 울음 같은 산울림. 정지용의 시 '장수산'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들은 적 있다. 높고 외로운 무엇의 큰기침처럼 울리던 강설 묻은 메아리. 강추위 가운데라 더 장한 느낌으로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한겨울 달빛에는 유독 푸른빛이 돈다. '구름장 벌어진 사이로' 반만 나온 달이라면 차고 맑은 기운에 눈시울마저 시리겠다. 그 사이로 고목들은 더 정정해 뵈지만 모두 '뼈로 아림일러니', 허리를 펴고 희게 씻긴 시간과 마주 선다.
문풍지에 바람이 떠는 밤. 한산시(寒山詩) 편을 꺼내 들며 옷깃을 여민다. 코끝 싸해지는 한겨울밤이면 잔별들도 빛을 더 멀리 뿜는다. 그 아래 어디선가 옴직거릴 꽃숨들, 이마로 언 땅을 치받으며 조금씩 파릇 솟으리라.//정수자·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