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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했다 돌아온 나의 빈 방에, 흰 무명옷을 빨아 입은 정갈한 모습. 말없이 날 기다려 준 고운 눈매의 너. 손짓하지 않아도 밤낮 내 방을 지키며 깨어 사는 손님인가. 천장에도, 벽에도, 문에도 숨어 있다 가슴으로 파고드네. 죽고 나면 또 어느 누가 이 나무침대 위에 쉬게 될까. 지금은 내가 이 자리에 누워 너를 만난다. 들을수록 정다운 카랑카랑한 목소리 뽑아 네가 노래를 하면 나의 방은 신기한 바닷속 궁전이 된다. 지느러미 하늘대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나는 짜디짠 밤의 물을 마신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