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각달각 구르다가
동글동글 맴돌다가
매몰찬 동댕이에도
또록또록 눈을 뜨고
쪼매한
몸뚱아리를
다시 곧추세운다.
지나온 골목골목
눈물만 있었으랴.
날 선 각을 벼리고
모난 구석 궁글리는 동안
파도도
지우지 못한
원 하나를 품었다./윤현자
모양말, 소리말이 두드러지는데 그것대로 재미있게 굴러간다. 자칫 낭비일 수 있는 '달각달각' '동글동글' '또록또록' 같은 부사어들이 제 품만큼은 말을 품어 다듬어내기 때문. 그 덕에 돌멩이 역시 '또록또록 눈을 뜨'는 직시와 오기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매몰찬 동댕이'를 받아내며 '모난' 것들을 '궁글리는' 돌멩이들의 나날. 그러는 동안 각진 모양도 예쁘게 잡혀가고 뜻밖의 무늬도 얻는다. 오랜 후에는 '파도도/지우지 못한/원 하나를 품'기도 한다. 작은 대로 세계를 품는 조약돌의 순명(順命)이자 살아가는 방식이겠다.
돌아보면 치이고 차이는 돌멩이처럼 왜소해지는 모습들이 많다. 그래도 '쪼매한/몸뚱아리를' 보란 듯이 '곧추세'우며 정글을 살아간다. 차이면 또 그 자리에서 일어나 '또록또록' 나아갈 것! 그러지 않고서야 갈수록 벅차오는 삶을 어찌 품을 것인가. // 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