此間能築小茅堂 (차간능축소모당)
이런 곳에 작은 초가집 짓고 산다면
便是浮生却老方 (편시부생각로방)
그게 바로 부생(浮生)에서 늙음을 막는 방법이지.
松氣四時三夏少 (송기사시삼하소)
사시사철 솔향기 풍겨서 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溪聲一日十年長 (계성일일십년장)
하루라도 계곡 물소리 들으면 십 년은 더 살겠군.
幽禽不解逢人語 (유금불해봉인어)
그윽한 새는 사람을 만나도 울 줄을 모르고
雜草皆含禮佛香 (잡초개함예불향)
잡초들은 다들 예불에 쓸 향기를 품고 있네.
寄在郞潛爲凈福 (기재낭잠위정복)
한직에 뒤처진 신세가 깨끗한 복이거니
異時玆境莫相忘 (이시자경막상망)
나중에라도 이곳의 일을 잊지 말게나.
동번(東樊) 이만용(李晩用·1792~1863)이 50세 무렵에 썼다. 시인이 서울 북쪽 정릉에서 근무하는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는 남보다 뒤처진 능참봉 신세를 하소연했다. 그러면 위로를 해야겠다. 그런 소리 말게. 출세한 이들이 번잡한 도회지에서 시달릴 때 이렇게 경치 좋은 데서 한가롭게 지내잖나. 사시사철 풍겨오는 솔향기는 무더위도 물리치고, 하루라도 계곡 물소리 들으면 수명이 십 년은 연장되겠네. 남들은 수명을 줄일 때 자네는 수명을 늘리는군. 이런 외딴곳에 근무하다니 실은 청복(淸福)을 누리는 걸세. 훗날 출세하더라도 이곳에 머물렀던 것을 잊지 말게나. 한직에 머물러 있는 것 그게 도리어 인생의 행복일 수 있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