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김용택
우리 사는 곳을 헤아려 보면 산 아래이거나 물가 아닌가 싶다. 움직이지 않는 산 아래 살기도 하고, 멀리까지 쉼 없이 흘러 움직이는 물가에 살기도 한다. 흔들어도 꿈적하지 않는 산도 좋지만, 또 때로는 사정에 맞출 줄 아는 물의 유연함도 좋다. 이것도 저것도 좋다. 다만, 이 시의 표현처럼 앞으로 많은 궂은일을 겪더라도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게 살았으면 한다.
'(세상의)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고, '(어머니처럼) 해와 달이, 별과 바람이 시키는 일을 알고 그것들이 하는 말을 땅에 받아적으며 있는 힘을 다하여 살았으면' 한다. 가을날에는 마르는 수풀과 돌담의 귀뚜라미 울음소리에도 곁을 내주었으면 한다.//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