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온 시인은 진주에서 늙어 갈 터이네.
갯벌에서 온 시인은 갯벌에서 죽어 가듯이
서울에서 온 시인은 서울에로 돌아가려고 채비를 서두르네.
선생님 고향은 어디세요?
없어요. 사라져 버렸어요. 갯벌에서 거품이 꺼지듯이
간간이 올라오는 어린 게의 눈만 보인답니다. /김언
사람마다 고향이 있다. 마음속에 깊이 간직된, 태어나 자란 곳이 있다. 그래서 낯선 외지(外地)를 떠돌다가도 최초의 그 탄생지로 돌아가고자 한다. 진주에서 온 사람은 진주로, 갯벌에서 온 사람은 갯벌로, 도회지에서 온 사람은 도회지로. 여우도 죽을 땐 머리를 살던 굴 쪽으로 둔다고 했던가.
그러나 대개는 실향(失鄕)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릴 적 본 아름드리 느티나무, 놀던 동산, 썰물 때의 갯벌, 옛 언덕과 뒷산, 목청껏 부르던 동요와 방과 후의 운동장을 대개는 잃어버리게 되니 말이다. 마치 갯벌에서 거품이 꺼지듯이. 마치 수몰된 옛 마을처럼. 오늘은 옥수수가 이빨을 꼭 깨물고 익어가는 고향이 그립다.//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