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살을 묵었다 카네
저 빼빼한 나무들이
험한 바우 틈서리
비집고 들어 앉아
안즉도 청청한 웃음
웃고 있다 아이가
서거정 큰 선생도
저들을 봤다 카제
북벽향림(北壁香林)이라
참한 이름도 지어주고
달구벌 십경 중에서
으뜸이라 카시다
나무도 천 년쯤은
비바람을 맞고 나면
안으로 뼈를 녹여
은은한 향을 짓는갑다
두둥실 달뜨는 밤이면
한 채 피리로 사는갑다
/리강룡
측백수림은 대구시 도동에 있는 측백나무 숲이다.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1호다. 1200여 그루 나무가 모여 이루는 울울한 숲이니 '천 년쯤' 비바람쯤 다 맞아온 측백의 왕국이다. '천 살'이라니, 웬만한 생명으로는 가당키나 한 세월인가. 그런데 측백나무는 아직도 청청히 서서 '달구벌'을 지키고 있다.
대구 특유의 뻣센 자존심처럼 사투리로 전하는 측백수림 기개가 새삼 하늘을 찌른다. 하긴 조선 초 대학자 서거정의 '북벽향림(北壁香林)' 상찬도 둘렀겠다, 이름만큼 향은 깊어가겠다, '청청한 웃음'쯤 우쭐거려도 좋으리라. 그런 측백나무 숲이라도 보면 기운이 좀 솟을까 싶게 지쳐가는 더위 속이다. 폭염 지수 날로 솟는 달구벌에서는 더욱 그럴 듯.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