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 이에게 - 글라라 수녀님께
'내가 잘못한 일
나로 인해 서운한 일 있으면
모두 모두 용서해줄 거제?
먼 길 떠나기가 와 이리 힘드노'
하시던 수녀님
오랜 병고로
누구보다 괴롭고 고독했던
수도 여정을 끝까지
기도와 유머로 이어오신 수녀님
이젠 지상에서의 삶을 끝내시고
숨을 거두셨다구요?
그래서 하얀 홑이불에 싸인 채
병원에서 집으로 오셨군요
연도를 드리다 말고
수녀님 쓰시던 성당 자리에서
책을 치우고
침방에서 옷가지며
신발을 정리하는데
어느새 곁에 와서
말을 건네시는 수녀님
'내 들꽃 좋아하는 것 알제?
내가 좋아하는 가을길을 걸어서
꽃의 고향으로 왔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래이......
이젠 나도 편히 쉴란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