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걸식 아닌 밥이 어디 있니?
본래 자기 것이 없는데
서로 걸식하는 거지
형편 되는 대로 빌어먹고 빌어 먹이고
오늘 내 무릎에 네가 기대고
언젠가 올 오늘엔 네 무릎에 내가 기대고
내 것을 준다는 의식 없이
그저 우린 서로를 빌려주며
먹고 먹이는 거지
걸식하고 남긴 시간에 무얼 하냐고?
열렬히 노동해야지
영혼을 다듬는 거야 /김선우
우리의 삶 자체가 걸식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 빌어먹고 빌어 먹이는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때때로 남한테서 얻어 받고, 때때로 내 것을 덜어 내준다고 말한다. 실로 우리는 서로 응한다. 우리는 하나의 밥상 앞에 둘러앉아 있다. 우리는 서로를 해치지 않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환한 등불, 움직이는 별, 멀리 가는 날개, 부드러운 토양, 큰 뿌리, 고요한 연못, 우주이기 때문이다.
걸식의 시간 이후에는 영혼을 다듬는 노동을 하자고 시인은 권한다. 영혼의 근육을 키우는 노동을 하자고 권한다. 이러한 노동에 의해 우리의 가슴속에는 생기와 기쁨, 이해와 사랑이 샘솟을 것이다.//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