偶吟(우음)내 생애 城下蝸廬是我家(성하와려시아가) 성 밑의 달팽이집은 바로 내가 사는 집 城隅薄土卽生涯(성우박토즉생애) 성 모퉁이 박토(薄土)는 다름 아닌 나의 생계. 官銜已納欣無事(관함이납흔무사) 직함을 예전에 반납해 할 일 없어 홀가분하나 公糴勤求患不多(공적근구환부다) 환곡을 열심히 구해도 부족한 건 걱정된다. 曲浦波恬魚産子(곡포파념어산자) 물살이 잔잔한 물굽이에는 물고기가 새끼를 낳고 前山雨足蕨抽芽(전산우족궐추아) 비가 많이 온 앞산에는 고사리 순이 솟아난다. 閑居飽得江湖趣(한거포득강호취) 강호에서 한가로이 사는 정취는 물씬 나기에 萬戶三公莫此過(만호삼공막차과) 만호후(萬戶侯) 정승이 이보다 낫진 않으리라. 숙종 때의 문인 백야(白野) 조석주(趙錫周·1641 ~1714)가 나이 들어 썼다. 그는 낮은 관직에 오륙 년 있다가 일찍 은퇴하였다. 평생 대부분을 특별한 직업 없이 보낸 그가 생애를 되돌아보았다. 사는 집은 성 안의 오두막이고, 생계는 소출이 적은 박토에 불과하여 참 곤궁한 인생이다. 퇴직하니 홀가분하기는 한데 늘 굶주림에 허덕인다. 여유가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죽으란 법은 없다. 물고기가 새끼를 많이 친 물굽이도 잘 알고 있고, 고사리 순이 지천인 산자락도 앞에 있다. 배는 고파도 강호에 사는 멋은 만끽한다. 이 정도 살면 정승보다 낫다고 허세를 부려도 안 될까?//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