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굴 부근 타이가 산 중턱에 올라와 이발소 풍경화처럼 눈에 띄는 남청색 물빛을 내려다봅니다 해발 1천 5백 미터 고원에 고여 있는 시간의 색깔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에 몇 번씩 천천히 바뀝니다 야생화 만발한 산록 초원에서 온종일 풀을 뜯는 양 떼들 측백나무 숲 위를 떠도는 솔개들 침엽수림 뒤덮으며 소리 없이 퍼지는 안개가 때로는 모든 경계를 지워버리기도 하지요 홉스굴 호수와 짙푸른 원시림 90일 비자로 입국한 관광객들에게 자연은 국경이 없다고 가르쳐줍니다. /김광규 시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 홉스굴 호수는 몽골의 북쪽 타이가 삼림지대에 있고 바다처럼 넓고 깊고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시에서도 그러한 인상은 매우 잘 드러나고 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하늘에서 막 내려온 천연(天然)의 그것으로 매우 느리게 완만한 속도로 흘러간다. 방목되는 양 떼들은 풀을 뜯는 일을 방해받지 않고 충분히 즐긴다. 솔개 또한 솔개 본연의 일을 그의 의지대로 한다. 그런데 이것뿐만 아니라 멋진 풍광이 또 하나 있다. 침엽수림에 하얀 면사포를 씌운 듯 내려앉은 안개는 경계를 지워버린다. 자연은 모든 국경을 지워버린다. 그렇다. 애초에 자연이 스스로를 구획한 적은 없다. 언덕과 들판은, 광활한 대지는 그냥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문태준 시인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