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스스로의 생명을 키워
그 생명을 다하기 위하여
빛 있는 곳으로 가지를 늘여
잎을 펴고
빛을 모아 꽃을 피우듯이
추운 이 겨울날
나는 나의 빛을 찾아 모아
스스로의 생명을 덥히고
그 생명을 늘여
환한 내 그 내일을 열어 가리 /조병화(1921~2003)
시인은 난(蘭)을 가만히 보고 있다. 새로 난 촉과 아래로 휜 잎의 부드럽고 느긋한 곡선을 보고 있다. 잎의 공손함과 잎의 단순한 생각과 꽃의 맑음과 꽃의 고요함을 보고 있다. 그 형편에 흡족해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밝게 빛나게 꽃피우는 것을 보고 있다. 스스로 즐기는, 스스로 넉넉함을 느끼는,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는 난의 살림을 보고 있다. 그러면서 삶에 한파가 몰아칠 때에는 난처럼 살자고 말한다.
"나는 나의 빛을 찾아 모아"라는 대목을 읽을 때에는 자기 생명을 보살피고 돌보려는, 살아 움직이는 그 애씀이 엿보인다. 요란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오히려 평범한 한 포기의 난초를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생명이 본래 지니고 있는 고유하고 따뜻한 자성(自性)을 느낄 수 있다.//문태준 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