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여관 1
마당엔 제비가
낙엽을 쓸고
몇 개인지 모를
방을 옮겨다니며
물고기들이
걸레질을 할 동안
오동나무와 족제비는
아궁이를 지펴
서둘러 밥을 짓는다
뒤뜰에는 장작을 패는
바람의 도끼질 소리
혹시나 오늘은 어느 객이
찾아오려나 주인인 듯한
허름한 옷차림의 산국화
현관문 앞 숙박계를 어루만지며 길고 흰 수염을
쓰다듬듯 시냇물이
산골짜기를 빠져나가는
창밖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세상의 길이란 길은 모두 잃어야 한 번 쯤
묵어갈 수 있는 산중여관 /함명춘
겨울의 초입에 서니 이런 산중여관에 가고 싶다. 가을은, 낙엽은 다 졌겠다. 나목이 되어 조용히 서 있어도 좋겠다. 산중여관의 주인은 까다롭지 않고 무던해서 노랗고 작은 산국화처럼 나를 보고 반겨 웃을 것이다. 그러면 엷은 향기가 그에게서 내게로 올 것이다. 나는 세상을 떠나와 산중여관에 묵고, 시냇물은 세상을 찾아가라고 거룻배를 띄워 보내도 좋겠다.
방과 마루에 걸레질을 하고, 불을 때 밥을 짓고, 밤새 문 밖에서 낙엽을 비질하는 바람의 소리를 듣고 싶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늦은 밤에 물을 끓여 차를 마시면 어느새 나도 수수해져 사람이 좋아질 것이다. 목침(木枕)을 베고 누우면 깊은 산속에 사는 사람처럼 순하게 잠들 것이다. 어느 날에는 소복하게 내린 눈을 순은의 아침에 보게도 될 것이다//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