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수만 있다면

시 두레 2015. 12. 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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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수만 있다면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삽시다. 

가슴이 성에 낀 듯 시리고 외로웠던 뒤에도 
당신은 차고 깨끗했습니다.
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어진 뒤에도 
당신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사나운 바람 속에서 풀잎처럼 쓰러졌다가도
우두둑 우두둑 다시 일어섰습니다. 

꽃 피던 시절의 짧은 기쁨보다 
꽃 지고 서리 내린 뒤의 오랜 황량함 속에서 
당신과 나는 가만히 손을 잡고 마주서서 
적막한 한세상을 살았습니다. 
돌아서 뉘우치지 맙시다 
밤이 가고 새벽이 온 뒤에도 후회하지 맙시다.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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