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시 두레 2015. 12. 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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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흔들고 간 자리마다 드문드문 젖는 때

              남기고 간 자취가 저리 떠는 거라고

              지나는 강바람 돌아와 슬쩍 일러 주었네

 

              틀어진 마음자리 흐르며 지워지고

              거두고 남은 자리 행여 가누지 못한대도

              묻어둔 가슴 밑으로 다시 놓일 발자국    /김미정

 

    징검다리 같은 11월을 건너자마자 마무리할 일이 몰아친다. 북새통에 지칠 때면 쉼표의 시간이 간절해진다. 바쁨이니 속도니 애초부터 멀어 모양도 역할도 똑 쉼표를 닮은 징검다리. 기다림의 자세 같기도 하다. 누군가 딛고 건너길 바라면서도 그 체온을 간직하고 있는.

    '남기고 간 자취가/ 저리 떠는 거라고' 돌아보니 '드문드문' 남아서 다시 함씬 젖는 자취들. 작은 개울 징검다리는 마음에 돌돌 감기는 동요처럼 맑은 물소리를 갖고 있다. '묻어둔 가슴 밑으로/ 다시 놓일 발자국'인 양 아슴아슴 에돈다. 어린 가슴을 콩닥거리게 한 징검다리에 눈이라도 쌓이면 미끄러질라 더 후들거렸던 시간마저 그립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징검다리가 한적해진 겨울을 홀로 넘고 있겠다. 겨우내 눈이나 맞으며 얼음장 아래 개울물을 보내고 또 보내겠다. 허리께에 붙어 피곤하던 눈부신 얼음꽃들은 한 번씩 껴안아보겠네. //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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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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