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럭바위

시 두레 2015. 11. 2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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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럭바위

배추꼬랑이 널브러진 서릿발 허연 아침

밭머리 밤새 지킨 낡은 의자를 만났다

한 세월 무게를 견딘

중심조차 휘청이는.

 

누군가 저기 앉아

씨 뿌리고 두엄 치고

새끼줄 감싸주며

속이 차길 빌었겠지

울 엄마 수유를 하던

뙈기밭 너럭바위처럼.

 

열여덟 시집살이

설운 눈물 뚝뚝 받아낸

배추밭 그 이랑에

할머니를 모셔놓고

해마다 씨를 뿌리고

두엄 치신 어머니.

 

사람이 빠져나가면

그림자도 따라가는데

할머니는 엄마 밭에

바위로 앉으셔서

속 알이 꽉 찬 배추를 다섯이나 주셨다. /김진길

 

   언제 봐도 넉넉한 너럭바위. 그 품에 사람들을 앉히면 밥도 술도 웃음도 두레반 같은 맛을 냈다. 지나는 길손과 바람과 햇볕들 다 들여앉히던 바위. 그 모습이 똑 마흔쯤은 훌쩍 넘긴 어머니며 속 꽉 찬 가을배추같이 푼푼하다.

   김장이 겨울 농사이던 시절엔 배추가 집집이 산더미처럼 쌓이곤 했다. 그것을 절이고 다듬고 끓여서 식구의 밥상을 차려낸 어머니들. '속 알이 꽉' 차도록 '새끼줄' 동이는 뒷모습과 배추는 어쩜 그리도 닮았던지! 그 곁을 지날 때면 엉덩이가 덩달아 둥글어지는 느낌이었다. 배춧국 냄새가 저녁 길을 구수하게 당기는 '서릿발'도 허연 나날.//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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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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