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은
있는 그대로를 되비쳐 준다
만상에 꽃이 피는 날 산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잎 하나 남지 않고
모조리 산을 등지는 가을 날은
쓸쓸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준다.
푸른 잎들이 다시 돌아오는 날은
돌아오는 모습 그대로
새들이 떠나는 날은 떠나는 모습 그대로
더 화려하지도 않게
구태여 더 미워하지도 않는다
당신도 그런 맑은
물 고이는 날 있었는가
가을 오고 겨울 가는
수많은 밤이 간 뒤
오히려 더욱 맑게 고이는
그대 모습 만나지 않았는가
/도종환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