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사조제(謝肇淛·1567~1624)의 "문해피사(文海披沙)"에 보니 '세사상반(世事相反)'의 조목이 나온다. 세상일 중 상식과 반대로 된 경우를 나열한 내용이다. 떠오르는 풍경이 많아 여기에 소개한다.
"지위가 높은 관리는 천하일을 근심하지 않는데 초야의 사람이 도리어 근심한다. 문관은 군대 일을 자주 말하나 무관은 싸우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재주와 학식이 있는 사람은 문장에 대해 말하지 않고 학문도 없는 인간이 주로 떠든다. 부자는 돈 쓰기를 즐기지 않지만 가난한 이는 돈을 잘도 쓴다. 승려와 도사가 비린 음식을 즐겨 먹고 보통 사람이 도리어 채식을 한다. 관리의 책임을 맡은 사람은 권세가에게 휘둘리는 경우가 많은데 낮은 지방관은 도리어 군현을 장악하고 있다. 벼슬이 높을수록 물러나 쉬고 싶다고 말하고 벼슬이 낮을수록 제 공치사를 더 심하게 한다."
천하 걱정으로 밤잠을 설쳐야 할 고관대작들은 제 한 몸 걱정하기 바쁘니, 아무 힘없는 재야에서 세상 걱정 짊어지느라 애들을 쓴다. 군대 문턱에도 안 가본 사람이 말만큼은 대장이다. 정작 힘깨나 쓰는 사람은 웬만하면 싸움에 나서지 않는다. 부자는 틀어쥐고 안 써서 모으지만 가난뱅이들은 생기는 족족 써서 더 가난해진다. 영문도 모른 채 흥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어디서나 비전문가들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저마다 아킬레스건이 있어서 상대의 불의를 알고도 결정적인 한 방을 못 내민다. 멋모르는 청백리만 먼 시골에서 원리원칙을 따지다가 불이익을 받는다. 제 공치사가 늘어지면 아무도 안 알아주고 물러나 쉬겠다고 투덜대면 왜 이러시냐고 더 높은 자리로 올려준다. 세상일은 참 알수록 모르겠다. 하기야 공천 받아 국회의원 되는 일이 다급한데 장관이라 한들 나랏일 걱정할 틈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무지렁이 백성들이 천하를 걱정하는 수밖에.
대학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를 높여주겠다며 시간강사법의 본격적인 시행이 예고되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전국 시간강사의 명줄이 하루아침에 다 끊어질 판이다. 생색내며 도와주겠다는데 정작 도움이 절박한 사람은 죄다 죽게 생겼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