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창연체하(愴然涕下)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현제명 선생 작사 작곡 '고향 생각'1절 가사다. 저물어도 마실 오는 친구 하나 없다. 초저녁부터 허공의 흰 달을 올려다보니 외로움이 바다 같다. 타지의 초라한 거처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 막막한 생계 걱정과 앞날 근심만 하염없다.

 

늦은 밤 연구실을 나와 환한 달빛을 보며 걷다가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두운 길 위로 그 처연했을 심사가 엄습해와 툇마루에 나와 앉아 하늘 보며 흘리던 그 눈물을 떠올렸다. 인터넷이나 전화가 없던 그 시절에는 그리움도 막막함도 지금과는 농도가 애초에 달랐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의 진자앙(陳子昻·659~700)"천지의 유유함을 생각하자니, 홀로 구슬퍼져 눈물 흐른다(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고 노래했다. 천지는 인간 세상의 모든 감정을 다 머금고 유유히 흘러간다. 차고 넘치거나 일렁임 없는 유장한 흐름이다. 이를 마주해 그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이 급기야 서글픈 눈물로 맺혀 떨어지더라는 얘기다. 슬픔조차 유장하다.

 

삶의 속도는 느려터지고 팍팍한 생활고에 배고파 힘들었을망정 오가는 마음만큼은 간절하고 안타까웠다. 단추 몇 개만 누르면 바다 건너 가족 얼굴이 화면에 뜨고,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이 편한 세상에서는 떠올리기 힘든 감정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치약 하나를 다 짜서 먹이고 급기야 때려죽이기까지 하는 것이 요즘 군대다. 고일 틈 없이 소비되는 감정에 길들어 사람 목숨도 게임의 리셋 버튼 누르듯 할 수 있다고 믿은 걸까? 속도의 시대가 낳은 젊은 괴물들의 흉포함을 어찌해야 옳은가? 자리보전에 급급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덮기 바쁜 이들의 행태도 밉다.

 

2절 가사는 이렇다. "고향 하늘 쳐다보니 별 떨기만 반짝거려.저 달도 서쪽 산을 다 넘어가건만, 단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이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불면도 자꾸 깊어져만 간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 세설신어 목록(世說新語索引表)

'고사성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숙체락 (瓜熟蒂落)  (0) 2015.10.19
서해맹산 (誓海盟山)  (0) 2015.10.18
삼환사실(三患四失)  (0) 2015.10.16
송무백열(松茂柏悅)  (0) 2015.10.15
요생행면(僥生倖免)  (0) 2015.10.14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