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웃는 미소(微笑), 입가에 머금는 함소(含笑), 차가운 냉소(冷笑), 써서 웃는 고소(苦笑), 저도 몰래 나오는 실소(失笑), 비웃는 조소(嘲笑), 큰 소리로 웃는 홍소(哄笑) 등 웃음에도 종류가 참 많다. 손뼉을 치며 웃으면 박장대소(拍掌大笑)요, 깔깔대다 뒤집어지면 가가대소(呵呵大笑)다. 웃음에도 코드가 있다. 코드가 안 맞으면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자리를 못 가리는 웃음은 소질(笑疾)이라 하여 옛 사람들은 일종의 질병으로 여겼다. 진(晉)나라 육기(陸機·260~303)와 육운(陸雲·261 ~303) 형제가 함께 상경해 육기가 장화(張華·232~300)를 찾아갔다. 장화가 어째 혼자 왔느냐고 물었다. 육기가 대답했다. "아우는 소질(笑疾)이 있어 감히 뵙지 못합니다." 뒤에 육운이 왔다. 장화는 꾸미기를 좋아해서 비단 끈으로 자기 수염을 감싸고 있었다. 육운이 들어와 이를 보더니 깔깔대며 웃기 시작해 그칠 수가 없었다. 한번은 상복을 입고 배에 오르다가 물에 비친 제 모습에 웃음보가 터져 깔깔대다 물에 빠지고 말았다. 허우적대면서도 계속 웃는 것을 남이 겨우 건져내서 살렸다.
한번 웃음보가 터지면 자기 힘으로는 통제가 안 되는 것이 소질(笑疾)의 증상이다. 육운은 증세가 심한 경우에 해당한다. 소질로 인한 웃음은 당하는 입장에서는 '저자가 나를 비웃나'싶어 불쾌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병증에 기인한 것이고 보면 대인기피증이 생길 만도 하다.
의서(醫書)인 '영추경(靈樞經)'은 "심기가 허하면 슬퍼지고, 넘치면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心氣虛則悲, 實則笑不休)"고 썼다. 사람이 실없이 웃으면 지금도 "허파에 바람이 든 모양"이라고 한다. 수나라 때 소원방(巢元方)은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에 이렇게 썼다. "심기가 성하면 신(神)이 넘쳐난다. 그리되면 양 팔 안 쪽이 아파 웃음을 못 그치니 심기가 꽉 차서 그렇다. 마땅히 쏟아내야 한다(心氣盛, 爲神有餘, 則兩臂內痛, 喜笑不休. 是心氣之實也, 則宜瀉之)." 이때의 웃음은 정신의 범람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배설 행위인 셈이다. 근래 들어 부쩍 피식 웃음이 잦아진다. 조심해야겠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