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젊은이는 매번 한 가지 책을 여러 차례 읽어야 한다. 바다에 들어가면 온갖 물건이 없는 것이 없다. 이것을 모두 가져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만 구하려는 것만 얻을 뿐이다. 그래서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매번 한 가지 뜻으로 구해야만 한다. 만약 고금의 흥망치란(興亡治亂)이나 성현의 작용을 구하려 한다면 다만 이 뜻만 가지고 구해야지 다른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의 자취나 문물의 종류 같은 것도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서 배움이 이루어지면 팔면에서 적을 받더라도(八面受敵) 섭렵한 사람과 더불어는 한몫에 말할 수가 없다." 소동파가 '여왕랑서(與王郞書)'에서 한 말이다.
공부는 써먹자고 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제대로 하면 쓰지 못할 데가 없다. 사방팔방에서 날마다 문제가 쳐들어온다. 일마다 당황스럽고 그때마다 정신 사납다. 어떤 일과 마주해 허둥지둥 손발을 놀릴 곳이 없는 것은 내 공부의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부의 내공은 어디서 오는가? 전일한 집중에서다. 이것저것 여기저기 기웃대면 오지랖만 넓어지지 안목은 깊어지지 않는다. 한 번에 한 가지씩 하나하나 쌓아나가야 그 하나하나가 모여 오롯한 전체가 된다. 자꾸 집적대고 쑤석거리기만 해서는 사람만 경망해진다.
'대괴왕씨일성격언록(大槐王氏日省格言錄)'에는 또 이런 얘기가 실려 있다. 유적(劉啇)은 아들 일곱을 두었는데, 자식마다 한 가지 경전씩 전공하게 했다. 그래서 한 가문에서 7경의 학문을 모두 갖췄다. 등우(鄧禹)는 아들이 열세 명이었는데 저마다 13경을 한 종류씩 집중케 하는 방식으로 자손을 교육해 후세의 본보기가 되었다. 이 두 사례를 소개한 후 이런 말을 덧붙였다. "오늘날의 습속은 흔히 아들을 낳으면 기뻐하며 날마다 한 가지씩을 바라 날마다 성취하는 바가 없다. 그 원인은 평소 규칙으로 정해둔 약속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팔면수적의 내공은 꾸준한 전공의 힘에서 나오지 넓은 오지랖에서 나오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스펙 쌓기에 팔려 여기저기 기웃대지 말고 전공의 힘을 먼저 길러야 한다.//정민.한양대교수./조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