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짓이라도 하지
말이라도 하지
땅이 끝난 벼랑까지 함께 가자고
영원까지 여기 서서 기다리겠노라고
천금의 촉수 같은 젊은 그 날들
어리석게 망설이다 놓쳐버리다니
반듯이 세운 고개, 정정한 무릎으로
땅 위를 걷고 있는 푸르른 나날
던져도 금가거나 깨지지 않을
되돌아온다 해도 아프지 않을
한마디만 할 걸,
네가 좋다고
추억하기도 호사로워라
목소리 가다듬어 불러 볼 수 있을 텐데
마지막 헤어지던
골목 어귀에서
머뭇거리며
더듬거리며
너랑 함께 늙고 싶어
눈짓이라도 하지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