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망량(魑魅魍魎)은 우리말로 두억시니 또는 도깨비의 지칭이다. 정도전(鄭道傳)은 '사이매문(謝魑魅文)'에서 이매망량을 "음허(陰虛)의 기운과 목석(木石)의 정기가 변화해서 된,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며,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로 보았다. 이매망량은 음습한 곳에 숨어 있다가 사람을 홀려서 비정상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 '사기'의 오제본기(五帝本紀)에 나온 풀이에는 "이매魑魅)는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로 발이 네 개다. 사람을 잘 홀린다"(魑魅人面獸身四足, 好惑人)고 했다. '산해경'에는 "강산(剛山)에는 귀신이 많다. 그 모습은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를 했고, 다리가 하나, 손도 하나다. 소리는 웅웅거리는데, 산림의 이상한 기운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을 해치는 것은 목석(木石)이 변해서 된 요괴다." 그러니까 이매는 도깨비 중에서도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를 하고 팔다리가 하나씩인 채 사람을 꼬이는 존재다.
망량(魍魎)은 어떤가? 명나라 진계유(陳繼儒)의 '진주선(眞珠船)'에서 뜻밖의 설명과 만났다. "신(神)이 밝지 않은 것을 일러 망(魍)이라 하고, 정(精)이 밝지 않은 것을 일러 량(魎)이라 한다."(神不明謂之魍, 精不明謂之魎) 신명이 흐려져 오락가락하면 망(魍)이고, 정기가 흩어져 왔다 갔다 하면 량(魎)이다. 보통 노인네가 망령이 났다고 할 때 망령은 망령(妄靈)이 아니라, 망량의 발음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망량이 마음 안에 숨어 있다가 정신의 빈틈을 타서 존재를 드러낸다고 믿은 사람은 망량이 났다고 하고, 바깥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주인의 자리를 밀치고 들어온다고 보면 망량이 들었다고 한다. 일단 망량이 들거나 나면 그것의 부림을 당한다. 이것을 망량을 부린다고 표현했다. 망량이 사람의 정신을 부리는 것이지, 내가 망량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정신줄을 놓아 망량이 들거나 나면 멀쩡하던 사람의 판단이 흐려지고, 말과 행동이 이상해진다. 사람이 갑자기 비정상이 되는 것은 도깨비의 장난이다. 망량이 내게 들어오거나 나오게 해서는 안 되고, 망량이 나를 제멋대로 부리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러자면 기운의 조화로 '밝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욕심과 탐욕이 끼어들면 밝음은 어둠으로 변한다. 어두운 정신은 이매망량의 놀이터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