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벨리스크 청동 뱀 기둥 쉬멋없이 서 있고
그 옛날 영화榮華의 빛바랜 그림자 깃발만 펄럭인다
세계의 중심 길은 이스탄불로 통한다 했던가
보석상자 톱카프 궁전 하렘에서는
시든 꽃숭어리 깡마른 향깃함만 가느슥히 어른거린다
밸리댄서의 가슴을 타고 흐르는 젖은 땀 기운
황홀경 속에서 성그러운 수도사들의
에도는 수피 춤사위로 머루밤만 깊어가고
어슴새벽 되울림치는 수도승의 기도 소리
보스포러스 해협의 물결 되질하며 잠재우니
세월하고 비단길 대상들의 속삭임만 들려온다
/김효중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