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불량품
태어남의 기쁨도 잠시
어미 품에 안겨 보지도 못한 채
가족에게 왕따 당해
새끼고양이 절벽가슴 안고
척박한 삶터에서 헐굶는 나날을 보냈다네
기쁨과 슬픔의 끊임없는 갈마듦의 삶이라더니
너는 가신스런 아줌마 만나 건강진단 받고
그녀의 다순한 가슴으로 지은 밥 한 그릇에
발라당 누워 재롱떨며 꽃세월 보냈네
세월하고 새끼 도양이의 추억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만 허어롭다
만무방놈 허랑한 발길질에 내장파열!
스름스름 앓다가 끝내
수술대 위에서 눈을 뜨지 못했다네
하느님의 창조물 가운데
유독 인간에게만 불량품이 많다더니
새끼 고양이의 쾌유를 위해
기도 까지 했던 아줌마
애저린 속가슴밭에 아품씨 엄돋아 나면서
오장육부 썩어 들어
온몸에 독기 퍼져 갔지만
목숨꽃 쉬어지는 찰나에
아름다이 재롱떨던 마지막 모습만 아몰아몰
/김효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