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지 않으리
걷다가 뛰다가 날고 싶어질 때는
망설일 것 있는가, 서울역으로 가야지
거기서 장항선 열차를 타야지
차창에 기대어 눈을 감으면
동네 모퉁이 허름한 가게
어느새 거기 도착해 있으리
귀먹은 홀아비의 외동딸 순례
불러서 손잡고 집으로 가야지
한약방 간판 걸린 골목 어귀의
가다가 엎드리면 벚나무 그늘
비 갠 나무 아래 버찌를 줍고
아버지가 매어 둔 그네에 앉으면
한꺼번에 수십 년이 흔들릴 거야
나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아
속이 울컥 치오르면 서울역으로 가야지
거기서 진득하게 기다려야지
천둥번개 불러도 대답하지 않아야지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