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버지
서른여덟, 진초록 눈이 부신 나이에
아버지는 왜 그리 서둘렀을까
올해도 변함없는 서른여덟 살
젊으나 젊은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부를 때면
나는 이내 여남은 살 철모르는 아이다
그해 7월 가뭄은 들불처럼 너풀거려
땡볕에 호박잎은 거례처럼 늘어지고
명산동 흙먼지가 눈앞을 흐려
아버지의 목소리도 가물가물 잠겼다
해마다 여름날 황혼녘이면
타관의 자갈밭을 혼자 헤매다가도
마지막 내 이름을 부르던 소리
나를 불러 일으켜 새우 던 소리
월명산 꼭대기 돌탑 위로 솟아
외로움의 절정에서 눈을 감은 아버지가
아름다운 뱃노래를 가르쳐 준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온다
여름날 황혼이면 절뚝이며 온다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