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국(金正國·1485~1541)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말했다. "세상 사람 중에 집을 크고 화려하게 짓고 거처가 사치스러워 분수에 넘치는 자는 머잖아 화를 당하지 않음이 없다. 작은 집에 거친 옷으로 검소하게 사는 사람이라야 마침내 이름과 지위를 누린다." 그 자리에 있던 종실 이종(李鍾)이 이 말을 듣고 말했다. "내 들으니 큰 집을 옥(屋)이라 하고 작은 집은 사(舍)라 한답니다. 옥(屋)이란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시지(尸至), 즉 송장에 이른다는 뜻이 되고, 사(舍) 자는 쪼개서 읽으면 인길(人吉), 곧 사람이 길하다는 뜻이 되지요. 큰 집에 사는 자가 화를 받고 작은 집에 사는 자가 복을 받는 것이야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사재척언(思齋摭言)'에 나온다.
범저(范雎)가 말했다. "욕심을 부려 그칠 줄 모르므로 원하던 것을 잃고, 지닌 뒤에 족함을 모르니 가진 것마저 잃는다(欲而不知止, 失其所欲, 已有而不知足, 失其所已有)." 이런 말도 있다. "대저 뜻 같지 않은 일을 만나면 그보다 더 심한 경우에 비춰 견주어 본다. 그러면 마음이 점차 저절로 시원스럽고 상쾌해진다(凡遇不得意事, 試取其更深者譬之, 心次自然凉爽)." 어떤 이가 제 궁한 처지를 강백년(姜栢年·1603~1681)에게 하소연했다. 돌아온 대답이 이랬다. "추울 때는 길가에서 순찰 도는 나졸을 생각하면 이 몸이 춥질 않다네. 배고플 때는 거리에서 밥 구걸 하는 아이를 떠올리면 내 배가 고프질 않지." '송천필담(松泉筆譚)'에서 들었다.
오대(五代)의 상유한(桑維翰)은 자신의 지위를 부러워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내 비록 귀하게 되어 재상의 자리에 올랐네만, 흡사 새 가죽신에 버선을 신은 것과 비슷하다네. 겉보기에 비록 멋있어도 속으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법이지." '문해피사(文海披沙)'에 보인다.
부자가 일생의 심력을 다 쏟아 지닌 재물을 자손에게 물려주지만, 그 재물은 마침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고 마니 안타깝다. 시지인길(尸至人吉)! 큰 집에는 시체가 이르고 작은 집에 살면 사람이 길하다. 부족해야 넉넉하고 분수에 넘치면 제 몸을 망친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