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트라, 만트라
육신이야 옷을 벗듯 빙하(氷河) 위로 던져버려라
늙은 라마 느릿느릿 입안의 경(經)을 씹는 저녁
내 늑골 열두 뼈 사이 적멸이 눈을 뜬다
하늘에는 외눈 독수리 몰입의 원을 그리고
땅에는 주술(呪術)처럼 펄럭이는 오색 룽다
내 속의 또 다른 내가 나를 불러 밤은 온다
살은 뼈를, 뼈는 피를, 피는 신(神)을 부르는 시간
열반의 그 뜨거운 호명(呼名)을 기다리며
설산(雪山)이 우주를 열고 만트라를 외고 있다. /정일근
연꽃등이 거리를 메울 즈음이면 절로 손을 모으고 싶어진다. 저 꽃등을 타고 전해질까, 소망들은. 아름다운 연등 행렬에 취하다 먼 곳의 참사에 전율하며 오그릴 때, 그때마다 사람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가. 네팔의 지진 앞에서는 더 큰 일이 없기를 빌며 누구나 숙이는 마음이었으리라.
'영적 또는 물리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기는 발음, 음절, 낱말 또는 구절'이라는 만트라. 그 진언(眞言)을 주문처럼 외면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 열반이라는 '뜨거운 호명(呼名)을' 받들 수 있을까. 재난은 왜 가난한 사람을 늘 먼저 불러 가는지, '늙은 라마'처럼 새삼 경(經)이라도 느릿느릿 씹어야겠다. //정수자;시조시인/그림;박상훈/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