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만

시 두레 2015. 5. 2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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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만
                                        
죽은 잠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래도 마무 한그루만 심어 달라고 하였네
다시 사철 푸르기란 힘에 부쳐서

돌아설 때 돌아서는
꽃이 이울면 잎도 지는
낙엽수 한 그루만 심어 다라 하였네

살아 있던 날들은
사방이 흥건하게 넘치는 바다였고
바닷물 끓고 달여 소금밭이 되었어도
죽은 다음 나 어떻게 지내나 보고 싶으면
속는 셈 치고 심어 다라라고 하였네

비로소 쉬엄쉬엄 사귀고 싶은 나무
심심할 때 스며드는 고마운 나무
우리는 서로서로 목숨을 늘일 것이네

혹시 아는가
그러다가 우리,
같은 꿈을 꾸게 될지 모르지
낙원에 닿기 전 어느 좁은 골목
영원의 밑바닥 어디쯤에서
합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다 싫고 
마무 한 그루만 심어 달라고 했네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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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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