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 하나 있어

시 두레 2015. 4. 2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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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 하나 있어
                                        
부탁이 하나 있어, 내 후회를 받아 줘
지금 웃을 땐가, 이게 웃을 일인가

기쁨은 언제나 슬픔보다 유치하지 
현란하게 손짓하는 욕망의 미로
그와는 발을 끊고 돌아갈 거야

아주 그윽하게 글썽이고 싶어
이렇게 절절한 적은 없었을 거야

애초의 이름으로 날 불러줘, 헛바람 들기 전의
막다른 골목 끝집 등잔불 희부연 문간방에서
머리 감아 빗고 귀를 밝힐래

아무 때나 번쩍번쩍 손을 쳐들고
재주넘듯 입신하는 건 질책이야

부끄러운 출입은 이제 그만두고
꽃 같은 가슴 향기로운 피
성근 미루나무 반짝이는 햇살 따라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목을 늘일 거야,

갈맷빛 미완의 그리움 찾아
천천히 돌아가고 싶어
미안해, 나를 좀 지켜 줘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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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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