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를 받쳐 물이 된 나 나를 안아 허공 된
오늘토록 멍이 들어
바장이는 눈시울에
잡힐 듯
잡지 못한 손이
아득히 닿아 있다.
/홍오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대답 없는 이름을 날마다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 곁에서 눈물을 삼키며 흘리며 같이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를 더 불러야 하는가. 그곳에도 봄은 왔건만 돌아오지 못한 얼굴들로 여전히 춥고 외롭고 스산하다.
물과 하늘이 닿을 듯 이루는 신기루 같은 수평선. 많은 섬으로 둘러싸인 항구는 여느 수평선을 보기 어려운 곳이다. '너를 받쳐 물이 된 나'와 '나를 안아 허공 된 너'라는 완전한 합일(合一) 같은 선(線)은 더 멀리 나가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무심히 보던 수평선도 오늘은 '멍이 들어 바장이는 눈시울'이 된다. 그 '멍'이 오래 참아온 울음처럼 다가든다.
'잡힐 듯' 한데 '잡지 못한 손'도 안타깝게 헤어져 부르는 두 손만 같다. 그렇게 '아득히 닿아 있다'니 서로에 대한 갈망으로 '오늘토록' 닿을 듯 말 듯 당기고 있는 것인가. 멀리 두고 볼 때 더 선명해지는 물과 하늘의 접선(接線)인 수평선이 오늘따라 여러 겹의 '멍'을 펼쳐놓는다.//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