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兒(약아)약이란 이름의 아이
藥兒未斷乳(약아미단유) 약아(藥兒)가 젖은 아직 못 떼었어도
饑飽稍能諳(기포초능암) 제 배고프고 부른 줄은 잘도 알지.
學母牙牙語(학모아아어) 엄마 따라 옹알옹알 말 배우더니
星三我亦三(성삼아역삼) "별 하나 나 하나, 별 셋 나 셋."
抱弄烏可已(포롱오가이) 안고 어르기를 멈출 수 없건마는
三歲能雀躍(삼세능작약) 세 살이라 참새처럼 뛰쳐나가네.
一笑忘煩憂(일소망번우) 한 번 웃음에도 번뇌 시름 잊게 하니
是謂吾之藥(시위오지약) 내 병을 고치는 약 같은 아이지.
조선 후기 역관(譯官) 천뢰(天籟) 이정직(李廷稷)
·1781~1816)의 시다. 그의 맏아들이 역시 역관으로 유명한 이상적(李尙迪·1804~1865)이다. 둘째 아들 이상건(李尙健)이 세 살 때인 1814년에 지었다.
아명을 약아(藥兒)라 짓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젖먹이라도 배고프다는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고, 엄마에게 말을 배우더니 '별 하나 나 하나'를 셋까지 센다. 견딜 수 없도록 귀여워 품에서 떼어놓지를 않고 안아주지만 이젠 저도 세 살이라고 품을 벗어나 참새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아들이 한 번 웃기라도 하면 세상에서 겪은 온갖 힘든 일이 말끔히 씻겨나간다. 세 살 난 아들이 내게는 약이다. 그 어떤 약도 이보다 더 잘 듣지 않는다.//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