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물에 손과 얼굴을 씻고 일어나 어둠이 내리는 마을과 숲을 바라본다 끄억끄억 새소리가 어슴푸레한 기운과 함께 산촌을 덮는다 하늘의 하루가 내게 주어졌던 하루와 함께 저문다 내가 가야 할 숲도 저물고 있다 사람의 마을을 품은 숲은 어제처럼 고요하다 풍요롭지도 외롭지도 않은 무심한 생이 흐르건만, 저무는 것이 나만이 아님이 문득 고맙다 /유승도 하루의 일을 끝내고 날이 저무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마을과 숲에 어둠이 내린다. 우주는 어둑어둑해지는 일을 하고 있다. 날이 저무는 이 흐름과 움직임은 조금도 조급함이 없이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날이 저무는 때여서 선선하고 잔잔하겠다. 산골에서의 봄은 저무는 때에도 좀 풋풋하겠다. 어둠은 사물과 생명들에게 평등하게 내린다. 햇살이 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하등의 차이 없이 함께 날이 저물고, 함께 새날이 밝아온다. 그런데도 '함께' 눈을 감고, '함께' 눈을 뜬다는 것을 느껴본 지 오래되었다. 꽃과 새와 가족과 이웃과 동네와 거리와 시장과 들판과 광장과 봄산과 하늘과 함께 눈을 뜨고 눈을 감는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이 시는 오늘 저무는 때에 작은 목소리로 한 번 더 읽어보자.//문태준 시인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