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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실구야(禮失求野)

역관 이홍재(李弘載)가 연암 박지원을 찾아왔다.  "제 글입니다. 살펴보아 주십시오." 1백여 편의 문장이 각체별로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본업은 어데 두고 문장에 힘을 쏟는가?" "사대교린(事大交隣)에 글쓰기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고(典故)도 익숙히 알아야 합지요." '자소집서(自笑集序)'에 나온다.

 

연암은 대답 대신 한복 제도 이야기를 꺼낸다. 고려 때 한복은 띠가 있고 소매가 넓으며 치마가 길었다. 고려 말 원나라 지배 때 왕실에서 몽골의 복식이 굳어지면서 한복 모양도 오랑캐풍으로 바뀌었다. 저고리는 겨우 어깨를 덮고, 소매는 동여맨 듯 좁아 경망스럽다. 차라리 지방 기생들의 복장에 고아한 옛 제도가 남아 있다. 비녀 꽂고 쪽을 찌고, 원삼(圓衫)에 선을 둘렀다. 소매는 넓고 띠를 길게 드리워 멋스럽다. 이제 어떤 사람이 옛 제도에 따라 한복을 고쳐서 제 아낙에게 입히려 들면, 오랜 습속에 젖은 아낙네들은 누굴 기생년으로 만들 작정이냐며 옷을 찢으며 제 남정네를 욕할 것이다.

 

"예법을  잃게 되면 재야에서 구한다(禮失而求諸野)"는 말은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이다. 시골에서는 좋은 것이 한번 들어가면 굳게 지켜 잘 바꾸지 않는다. 서울서 사라진 예법은 시골에 가야 찾을 수가 있다는 뜻이다. 옛 한복의 고아한 제도가 고을 기생의 옷차림 속에 남아 있는 것과 같다.

 

무슨 말인가? 정작 문장에 힘 쏟아야 할 사대부는 아무 쓸모없는 공령문(功令文·과거 시험에 쓰는 문장)을 익혀 과거 시험에 합격할 궁리뿐이다. 그들이 우습게 아는 역관은 오히려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문장 공부를 한다. 이러다 보면 결국에는 참된 학문을 역관의 하찮은 기예로 여기게 되지 않겠는가? 바른 공부는 이제 역관이나 하는 보기 드문 물건이 되고 말았다.

 

공교육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인격으로 대우하자고 체벌을 금지하니, 선생님이 잘못을 나무라면 쌍욕을 하고 주먹질을 하며 어쩔 건데 한다. 입시에 목숨을 거는 득점 기계가 된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은 먼 시골에서나 찾아볼 희귀한 물건이 되었다. 무엇을 좀 가르치려 들면 시험에 안 나오는데 왜 배우느냐고 따진다. 스승의 권위는 학교에는 더 이상 없다. 돈 내고 배우는 학원 선생에게 있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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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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