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하시지요
염치가 없지만
이제 돌아왔습니다
마당 귀퉁이엔 쇠비름이 욱고
서까래에 걸린 하늘도 기우뚱합니다
바닥 모를 어둠, 길고 추운 밤을 지나
어지러운 손금의 빈주먹을 폅니다
골백번 뉘우쳐도 어리석었습니다
지금 나는 죽기보다 부끄러워서
다만 처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믐으로 가는 달은 너그럽게 흐르면서
그만 가라앉아라, 맑아져야 한다
조용히 아프게 타이르지만
화살 맞은 가슴처럼
나는 뜨겁습니다
주저앉히시든 세워두시든
마음대로 하시지오
벌하시든, 용서하시든
이렇게 처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