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가난
오가며 스미고
모여드는 것들 따라
물 있는 곳으로
산 것들은 모여든다
개울물 맑게 반짝인
깨끗한 가난이 보인다
강 마을 불빛들이
미루나무 사이로
꺾인 것들 기대 선
갈대밭을 건너는
깨끗한 식사가 있다
가난이 별로 뜬다
/권도중
봄바람이 어느 결에 문전마다 설렌다. 벌레들을 깨운다는 경칩(驚蟄)도 지나니 어디선가 개구리가 폴짝 튀어나올 것만 같다. 꽃샘추위가 몇 번 치고 가더라도 개구리는 어김없이 와서 우리네 맑은 개울부터 깨울 것이다. 농사를 시작할 때라고 울기도 할 것이다.
산 것들은 그렇게 '물 있는 곳으로' 모여들어 알콩달콩 제 삶을 연다. '개울물 맑게 반짝인' 시절의 봄과 크게 다르지 않게 고물고물 꽃숨들이 피리라. 욕심 없이 '깨끗한 가난'으로 살고 가는 작은 생명들의 '깨끗한' 한살이. 발전이라는 파괴와 오염을 넘어 맑은 개울을 살려낸 곳들은 도심에서도 더 새뜻해진 삶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작은 생명들의 '깨끗한 식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과욕의 난장 속에 청빈(淸貧)이 절실한 시절, '맑게 반짝인' 개울만 그려도 좀 맑아지는 기분이다. 개구리 맞이라도 나서야 할까 보다.//정수자;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