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적게 마시고 죽은 많이 먹어라. 야채를 많이 먹고 고기는 적게 먹어라. 입은 적게 열고 눈은 많이 감아라. 머리는 자주 빗고 목욕은 적게 하라. 여럿이 지냄은 적게 하고 홀로 자는 것을 많이 하라. 책은 많이 읽고 재물은 적게 쌓아 두라. 명예는 적게 취하고 욕됨은 많이 참아라. 착한 일은 많이 행하고 높은 지위는 적게 구하라. 마음에 드는 곳은 다시 가지 말고, 좋은 일은 없음만 못한 듯이 여겨라.(少飮酒, 多啜粥; 多茹菜, 少食肉; 少開口, 多閉目; 多梳頭, 少洗浴; 少群居, 多獨宿; 多收書, 少積玉; 少取名, 多忍辱; 多行善, 少干祿; 便宜勿再往, 好事不如無.)"
작가를 알 수 없는 명나라 사람의 '다소잠'이다. '암서유사(岩栖幽事)'란 책에 나온다. 짧은 글 속에 깊은 생각을 담았다. 술을 많이 마셔 정신을 흐리고 속을 버린다. 고기만 잔뜩 먹으니 피가 맑지 않아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육신의 질병은 약으로 고칠 수가 있다. 하지만 못된 버릇은 약이 없다. 때와 장소를 못 가리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 떠든다. 사람이 광망해진다. 차라리 눈을 감아 정기를 길러라. 빗질을 자주 하면 두피 마사지도 되고, 머리도 맑아진다. 하지만 잦은 목욕은 몸에서 기운을 뺀다. 무리 지어 지내면 기운이 허해진다. 홀로 거처하며 정신을 간직해라. 책보다 옥을 귀하게 여기면 그 사람이 천하다. 공연히 저를 알아달라고 나부대지 말고, 욕됨을 묵묵히 참아야 대장부다.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탐욕 대신 베풀고 나누는 마음을 깃들여라.
개인적으로는 끝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정말 기억에 남는 곳은 두 번 가지 말아라. 간직해둔 좋은 기억이 무색해진다. 좋은 일은 그저 없음만 못하려니 생각하는 태도가 옳다. 사람은 많고 적음을 잘 가려야 한다. 많이 할 것을 많이 하고, 적게 할 것을 적게 하면 양생의 마련이 굳이 필요 없다. 사람들이 반대로 하니 늘 문제다. 고기 안주에 술을 잔뜩 마시고, 쉴 새 없이 떠들며 떼거리 지어 몰려다닌다. 재물 모을 궁리만 하고 마음의 양식 쌓는 일에는 등한하다. 남이 저 알아주기만 바라고, 작은 모욕에도 파르르 떤다. 뭐 생기는 것 없나 기웃댈 뿐 베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조그만 성취에도 교만이 하늘을 찌른다. 결국 그것으로 제 몸을 망치고 집안을 무너뜨린다. 아! 슬프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