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는 이맘때면 피어나는 나직한 야생화다. 눈을 뒤집어쓰고 피기 일쑤라 '얼음새꽃, 원일초, 설련화'라고도 부른다. 흰 눈 속의 노란 꽃이 눈부시다. 게다가 겨울을 이기고 피는 모습이 대견해 야생화 찾는 사람들의 탄성을 한 몸에 받는다.
복수초는 '슬픈 추억'과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달고 있다. 그 때문일까, 꽃에 어린 동생의 발 시린 기다림이 애틋이 포개진다. 앙증맞은 꽃 모양에는 동생의 자그마한 손이 겹쳐진다. 그것도 입김을 호호 불어 녹여주던 '언 손'. 그 무렵 '동동동/ 발 구른 자리'마다 엄마 기다리던 눈물이 고여 있다.
'눈밭 뚫고 나오'는 복수꽃에 테를 빙 두르듯 '물방울 맺히'는 추억. 그런 시간을 건너고 나면 자신의 자리가 더 오붓하고 소중하다. '제 몸의 호흡으로' 꽃피울 열기를 길어 올린 복수초처럼 동생도 지금은 제 몫의 꽃자리를 만들었으리./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