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또 언제 올지 모르는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새 한 마리가 가까이 와
지저귀고 있다.
이 세상에선 들을 수 없는
고운 소리가
천체에 반짝이곤 한다.
나는 인왕산 한 기슭
납작 집에 사는 산사람이다.
/김종삼(1921~1984)
한 마리의 새가 노래하고 있다. 새는 아마도 나목(裸木)의 가지 위에 앉았을 것이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새 한 마리가 가까이 날아와 울고 있다. 싸락눈 같은, 샛별 같은 음계들이 천공(天空)에 반짝이고 있다. 샘물처럼 맑은 소리가 솟고 있다. 상냥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고 있다. 싱그럽게 음(音)의 높낮이를 만들면서.
시인은 새와 잠깐 만난다. 한 생명이 한 생명과 순수하게 만나는 순간이다. 매우 조용한 때였을 것이다. 평화로운 때였을 것이다. 김종삼 시인이 썼듯이 '인간의 생명은 잠깐이라지만', 시인이 한 마리 새와 만난 이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고귀하고 찬란하고 긴 기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문태준;시인 /그림;이철원/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