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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물론(觀物論)

공주에서 나는 밀초는 뛰어난 품질로 유명했다.   정결하고 투명해서 사람들이 보배로운 구슬처럼 아꼈다. 홍길주(洪吉周·1786~1841)가 그 공주 밀초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불빛이 영 어두워 평소 알던 품질이 아니었다. 살펴보니 다른 것은 다 훌륭했는데, 심지가 거칠어서 불빛이 어둡고 흐렸던 거였다. 그는 《수여연필(睡餘演筆)》에서 이 일을 적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마음이 거친 사람은 비록 좋은 재료와 도구를 지녔다 해도 사물을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다." 밀초의 질 좋은 재료가 그 사람의 집안이나 배경이라면, 심지는 마음에 견준다. 아무리 똑똑하고 배경 좋고 능력이 있어도, 심지가 제대로 박혀 있지 않으면 밝은 빛을 못 낸다. 겉만 번드르르한 헛똑똑이들이다.

 

뿔 있는 짐승은 윗니가 없다. 날개가 있으면 다리는 두 개뿐이다. 꽃이 좋으면 열매가 시원찮다. 이런 관찰을 나열한 후 이인로(李仁老·1152~1220)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사람도 다를 게 없다. 재주가 뛰어나면 공명은 떠나가서 함께하지 않는다." 《파한집(破閑集)》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을 받아 고상안(高尙顔?)은 "소는 윗니 없고 범은 뿔이 없거니, 천도는 공평하여 부여함이 마땅토다.[牛無上齒虎無角, 天道均齊付與宜]"라고 노래했다. 뛰어난 재주로 명성과 공명을 함께 누리려 드는 것은 뿔 달린 범과 같다. 기다리는 것은 재앙뿐이니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어떤 사람이 야생 거위를 잡아 길렀다. 불에 익힌 음식을 먹이자 거위가 뚱뚱해져서 날지 못했다. 어느 날인가부터 거위가 음식을 먹지 않았다. 한 열흘쯤 굶더니 몸이 가벼워져서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익(李瀷·1681~1763)이 말했다. "지혜롭구나. 스스로를 잘 지켰도다." 먹어서 안 될 음식을 양껏 먹고, 그 맛에 길들여져서 살을 찌우다, 마침내 날지 못하게 되어 잡아먹히고 마는 인간 거위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많다. 성호 이익 선생은 77항목에 걸친 관물 일기를 남겼다. 〈관물편(觀物篇)〉이 그것이다.

 

사물 속에 무궁한 이치가 담겨 있다. 듣고도 못 듣고, 보고도 못 보는 뜻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옛 사람들은 관물(觀物)이라고 했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고, 마음을 넘어 이치로 읽을 것을 주문했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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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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