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상량문

고사성어 2015. 1. 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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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집 상량문

 

성종(成宗)이 미행(微行)을 나갔다. 외진 마을 사립문 열린 집을 지나는데, 집 앞 나무에서 까악까악 하는 소리가 났다. 나무 아래 여자가 까치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를 위로 건네면, 남자가 까악까악 화답하며 그 가지를 받아 까치집을 만들고 있었다. 헛기침을 하며 알은체를 하자 내외는 화들짝 놀라 집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임금이 들어가 연유를 물었다. 나이 50에도 과거 급제를 못해, 집 앞에 까치집이 있으면 급제할 수 있다기에 10여년 전에 나무를 심었는데 까치가 집을 짓지 않아 부부가 직접 까치집을 지으려 했다는 것이다. 성종이 돌아와 인작(人鵲), 즉 '사람 까치'란 제목으로 특별 과거를 보였다. 남들이 의미를 몰라 허둥대는 동안 이 선비만 답안을 써서 급제했다. '계서야담(溪西野談)'에 나온다.

 

이덕무(李德懋)는 외삼촌 집 앞 나무에 까치가 집을 짓다 말고 가서 돌아오지 않자, 안타까웠던 나머지 '작소상량문(鵲巢上樑文)'을 지어주었다. 그랬더니 신통하게 까치가 돌아와서 짓다 만 까치집을 완성했다. 장혼(張混)도 같은 제목의 글을 남겼다. 조관빈(趙觀彬)은 '까치집[鵲巢]'이란 작품에서 "집안의 길한 기운 까치가 먼저 알아, 봄 온 뒤 새 둥지가 남쪽 가지 달렸구나(人居吉氣鵲先知, 春後新巢在午枝)"라고 노래했다. 새봄에 집 앞 가지에 튼 까치둥지를 보고, 새해 혹시 과거 급제의 희소식이 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본 것이다.

 

모두 까치를 '기쁜 소식'의 전령으로 여길 때 나온 얘기들이다. 개체수가 드문 시절 까치는 이토록 귀하신 몸이었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전신주에 허가 없이 집을 짓다가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고 쫓겨가는 철거민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골칫덩이에게서 이제 아무도 기쁜 소식을 기대하지 않는다.

 

세상이 바뀌고 환경이 달라지니 문화의 코드도 변한다. 목표를 향해 돌진할 뿐 다른 것은 돌아보지 않는 멧돼지의 저돌성(猪突性)이 미덕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장소를 못 가리고 도심을 횡행하는 멧돼지의 저돌성은 인명을 해치고 제 명을 재촉할 뿐이다.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엔 세상의 구조가 너무 복잡해졌다. 까치집은 도처에 널렸는데, 기쁜 소식은 좀체 건너오지 않는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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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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