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나 혼자 얼마나 쓰겠냐?"
아껴둔 냄비, 수세미
행주까지 싸 주시는 외할머니.
"어머니 두고 쓰세요."
엄마는 가만 밀어 놓는다.
"나 혼자 얼마나 먹겠냐?"
배 한 개 사과 두 알
꼭꼭 싸 주시는 외할머니.
"뒀다, 어머니 드세요."
엄마는 도로 꺼내 놓는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그 마음
나도 알 것 같다.
엄마니까….
딸이니까…./유 은 경
엄마와 딸이 물건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참 정겹다. 딸이 모처럼 찾아오면 어머니는 한 가지라도 더 챙겨서 보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혼자 사는 어머니가 측은하고 마음이 아파서 딸은 어머니가 챙겨주는 물건을 가만히 밀어 놓거나 도로 꺼내 놓는다. "아껴둔 냄비, 수세미, 행주까지 싸 주고 배 한 개 사과 두 알까지 꼭꼭 싸 주는" 마음이 어머니 마음이다. "뒀다, 어머니 드세요." 하고 도로 꺼내 놓는 마음이 딸의 마음이다.
'엄마와 딸'이라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아름다운 승강이를 아이도 알 것 같다. 이런 엄마와 딸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도 똑같은 마음을 지닐 것이다. 어른은 아이의 본보기니까. /이준관; 아동문학가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