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우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이용악(1914~1971)
이용악 시인은 함북 경성이 고향이다. 그는 동향의 선배 시인이었던 김동환 시인이 북방을 노래한 이후 북방으로 유이민의 길에 오른 사람들의 비극적인 삶과 그곳의 처참한 현실을 줄곧 노래했다. 시인은 첫 시집 '분수령'의 맨 앞에 실은 시 '북쪽'에서 '북쪽은 고향/ 그 북쪽은 女人이 팔려간 나라'라고 썼다.
산맥이 얼어붙는 날 함박눈은 쏟아지고, 벌판과 협곡에 눈보라가 휘몰아쳐 가고, 시인은 두고 온 사랑을 생각한다. 두메산골에 두고 온 가난한 사랑을 애통해하며 떠올린다. 시인의 마음은 눈보라를 헤치고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으로 연거푸 내달린다. 객지의 찬 방에서 자다 깨어 이 시를 지었을 시인을 떠올린다. 슬픈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이 높은 그리움에 내 가슴이 얼 것 같다.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