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기다리며
끽해야 20광년 저기 저, 천칭자리
한 방울 글썽이며 저 별이 나를 보네
공평한 저울에 앉은 글리제 581g!
낮에 본 영화처럼 비행접시 잡아타고
마땅한 저곳으로 나는 꼭 날아가리
숨 쉬는 별빛에 홀려 길을 잃고 헤매리
녹색 피 심장이 부푼 꿈속의 ET 만나
새큼한 나무 그늘에서 달큼한 잠을 자고
정의의 아스트라에아, 손을 잡고 깨어나리
비정규직 딱지 떼고 휘파람 불어보리
낮꿈의 전송속도로 밧줄 늘어뜨리고
떠돌이 지구별 사람들 하나둘씩 부르리/양해열
골디락스 존에서 발견됐다는 '글리제 581g'는 생명체 존재에 적합한 '또 다른 지구'로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려준다. 제목 '별과 별 사이'가 연상시키는 낭만적 상상과 달리 과학 지식을 요하는 영화건만 그게 오히려 교육열을 불러 흥행 중이란다.
이 시조도 '낮에 본 영화처럼 비행접시 잡아타고' 날아갈 꿈이 웅대하다. 하지만 지금 지구에는 외계인 같은 비정규직들이 너무 많다. '비정규직' 떼어내기가 한없이 멀고 큰 꿈이 된 우리네 현실―. 그런 '떠돌이'들과 더불어 '딱지 떼고' 싶은 바람도 다만 '낮꿈'일 뿐인가.
/정수자;시조시인/그림;이철원/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