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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의 미간 불을 켠다 적막 속에 흰꽃들이 돌아눕는 오늘은 약속도 없는지 싱싱하다 여윌 때까지 차고 넘는 시간들의 흔들어 낮은 깃발의 적막은 십일월에 가장 깊이 어울리는 마음의 경지. 휑해진 나무들 사이 때문만은 아니다. 구시렁대며 떠나는 가랑잎들 때문만도 아니다. 추위의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는 바람 사이, 더 쓸쓸해지는 사람들 사이의 그 무엇들이 다 적막을 거든다. /정수자:시조시인/정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