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의 미간

시 두레 2014. 11. 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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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의 미간

                         불을 켠다 적막 속에
                         아픔의 알레그로

                         흰꽃들이 돌아눕는
                         세월의 끄트머리

                         오늘은 약속도 없는지
                         바람들이 흩어진다

                         싱싱하다 여윌 때까지
                         오로지 빛낼 독거

                         차고 넘는 시간들의
                         막막한 불연속선

                         흔들어 낮은 깃발의
                         그리움을 일으킨다 /정공량

 

   적막은 십일월에 가장 깊이 어울리는 마음의 경지. 휑해진 나무들 사이 때문만은 아니다. 구시렁대며 떠나는 가랑잎들 때문만도 아니다. 추위의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는 바람 사이, 더 쓸쓸해지는 사람들 사이의 그 무엇들이 다 적막을 거든다.
   그런 중에 만나는 '아픔의 알레그로'는 어떻게 번지는가. '경쾌하고 빠르게' 아픔을 줄여줄까, 늘여줄까. 어쩌면 아픔을 넘어가려고 '알레그로'를 지긋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흰꽃들이 돌아눕는/ 세월의 끄트머리'를 그래도 돌아보는 것은 바람이다. 어디나 살피고 만지고 들여다보는 것은 바람의 일. 높거나 낮거나 춥거나 덥거나, 바람은 사람의 골목과 마음 고샅을 헤쳐 다닌다.
   '적막의 미간'에도 그런 바람이 스치리라. 차고 넘치는 시간의 '막막한 불연속선'을 살아낼 힘을 얹기도 하리라. 그래서 적막의 쓸쓸함을 앓되 상하지만 않는다면 반려처럼 더 깊어져도 좋을 것이다.

    /정수자:시조시인/정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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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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