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
코끼리는 간다 가만가만 가다 보면 잔디도 밟겠지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속으로 속으로 혼잣말을 하면서 코끼리는 간다. /이 제 니 코끼리는 육중하다. 육중한 코끼리가 저벅저벅 간다. 탁 트이고 활발한 들판을, 우울한 늪지대를. 미지의 곳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최초의 곳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어쨌든 코끼리는 간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 속을 혹은 빛의 분수가 솟구치는 정오를 코끼리는 간다. |